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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기억 나나? 연전 활쏘기 시합을 했을 때 말이야.”

“…자네는 일부러 유리한 기억만 꺼내오는 못된 습관이 있어.”

땀을 닦으며 투덜거리자 매장소가 피식 웃었다.

장소가 말하는 활쏘기 시합이라고 해봤자 하나뿐이다. 그가 제 아버지와 함께 처음 랑야산에 왔을 때의 일로, 감히 무기를 여봐란 듯이 꺼내 들고 랑야산에 입산하는 것이 가소로워 혼쭐을 내주마고 내 쪽이 먼저 활쏘기 시합을 제안했더란다. 그때는 설마 영물을 이길 수 있는 인간이 있으리라고, 생각도 하지 못했었지만-

“몇 대 몇으로 이겼었더라.”

“정말 기억이 안 나서 묻는 겐가?”

“아니, 자네 입으로 말하게 하고 싶어서.”

“흥, 양심 없는 사람 같으니.”

그렇게 저 좋은 얘기만 할 거면 난 가겠네. 보아하니 죽을 만큼 아픈 것도 아닌 듯하니. 나는 짐짓 삐죽거리며 돌아앉았다. 장소는 못 들은 척, 천연덕스레 말을 이었다.

“내가 두 발을 더 맞췄지.”

“바람이 불어서 그랬네. 바람이 불어서.”

“그땐 봄이었는데.”

“봄바람이 세게 불었나보지.”

별로 우스운 농담도 아니었건만 장소는 하하하, 웃으며 손바닥을 쓸었다.

“하긴, 그러고 보니 자네는 그 때도 봄바람 탓이라 했었지.”

“정말로 바람 탓이니까.”

“더 세게 쐈으면 됐잖아.”

“자네 활이 너무 억셌다고!”

어디서 그런 괴물 같은 활은 구해 가지곤! 얄밉다는 듯 부채로 팔을 탁, 때리자 그가 아야야, 하고 맞은 곳을 문지르며 너스레를 떨며 웃다 문득 말했다.

“가끔 생각한다네.”

“무얼.”

“다시 그 활을 잡으면-”

장소의 말이 다 이어지기 전에 나는 얼른 손을 회회 내저으며 말했다.

“생각해봤자 슬프기만 할 걸 구태여 뭐 하러 하나? 계곡을 내려오는 것도 힘들어서 업혀 돌아갈 판인 사람이 활은 무슨.”

“그런가?”

장소는 고개를 갸웃하며 속없이 웃더니 소매를 걷고 계곡물에 팔을 담갔다. 물빛에 비치니 안 그래도 하얀 피부가 더 창백해 보인다. 마른 나뭇가지 같은 그것은, 아무리 좋게 말해도 병자의 팔이다. 가만히 수면을 응시하던 그가 불쑥 말했다.

“하기야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목숨이니까.”

“…….”

임수일 때나 매장소일 때나 사람 속 뒤집어놓는 소리만 골라 늘어놓는 것을 보면 이게 천성인 건지.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라 아무 소리 않고 고개만 휙 돌렸다. 그가 미미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.

“죽어 귀신이 되어도 자네는 원망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시게.”

“누가 자네더러 죽는대.”

“언제는 이러다 죽는다고 협박하더니.”

“그러니까 내가 약조했잖은가.”

옆에 있는 동안은, 계약한 동안은 안 죽게 하겠다니까.

나는 물속에 잠긴 장소의 손목을 움켜잡고 천천히 들어올렸다. 그 잠깐을 계곡물에 잠겨 있었을 뿐인데도 팔은 이미 차갑다. 이것 봐, 이렇게 주제도 모르고 자기 몸을 학대하니까 병이 나으려다가도 안 낫잖아. 일부러 매몰차게 말해도, 무슨 생각인지 그는 또 맥아리 없이 하하 웃을 뿐이다. 그 웃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또다시 화가 났다. 화가 나고 짜증이 났다.

양심도 없는 사람.

​바람 방향이 바뀔 때까지 / 양갱 

LINMAE WEDDING DATE

JANUARY 14, 2017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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